본 연구는 미혼모로서 ‘아이 출산과 양육’이라는 삶의 경계가 명확한 위기 국면을 전환해나가는 과정에서 인문학 학습 (공동체) 경험이 연계되고 이행되는 주요 국면과, 이에 따른 삶의 공간과 시간, 학습 경험의 ‘변화’와 ‘지속’의 맥락에 대한 종단적 질적 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이는 역설적 구조를 통한 (공동)존재의 탐구와 확장과정으로 드러났으며, 주요 국면은 세 단계로 구분되었다. 첫 번째 단계는 ‘자기은폐’ 단계로서, 세상으로부터 도피해 몸을 의탁한 보호시설에서 출산 이후의 자립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 학습이 불러온 파동은 ‘역설’의 효과로서 드러난다. 한순간 뒤바뀐 삶과 현실이 불러일으킨 나로부터 떨어져나간 ‘없음’에 대한 자각이다. 그 ‘없음’은 역설적으로 이들이 처한 현실 곳곳에 존재해야 할 그 무엇을 지시하고, 학습의 자극이 개입한 ‘부정’과 ‘부재’의 자각은 역설적으로 ‘있음’에 대한 욕망을 일깨웠다. 두 번째 단계는 ‘자기보존’ 단계로서, 시설에서 퇴소해 독립을 시작하고 정착을 일구어나가는 시기이다. 아이 엄마로서의 삶을 시작한 이들에게 모든 관계가 차단된 은폐된 삶에서의 생존은 그 누구보다도 관계를 요청했다. 관계의 단절은 역설적으로 학습을 매개로 한 관계의 회복을 낳았다. 미혼모로서 선택한 삶은 한편으로 삶의 해체였지만, 이는 또 하나의 삶이었다. 세 번째 단계는 ‘자기확장’ 단계로서, 최소한의 자립기반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삶의 구조를 이루는 미래적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 학습 모임은 처음 결성되었던 당시 활동을 ‘지속’하며 조금씩 외부로 개방하기 시작했고, 개인 자립에 전력하던 구도에서 미혼모에 대한 권익과 사회적 인식변화 도모에 조금씩 참여하는 것으로, 일방적 도움·지원을 받는 대상과 위치에서 함께 연대하고 조력하는 위치로 성장해갔다. 학습모임이 지속되면서 인간의 ‘자기보존’은 필연적으로 타자와의 상호성에 의존해 있음을 체현하고 점차적으로 ‘자기확장’을 도모해간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핵심 결과를 통해 평생학습 맥락에서 사회적 약자 집단이 경험하는 인문학 학습의 확장적 의미를 논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