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대 조운은 국가의 유지, 운영에서 매우 중요한 제도였고, 이에 따라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조운이 국가의 조세물류란 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연구는 국가의 재정 정책과의 상관 관계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지지 못한 측면이 크다. 본고는 조운제 정비가 어떠한 재정사적 맥락에서 시행되었는지 살핀 글이다.
태종대 재정 정책은 국가의 미곡 확보를 목표로 한 것이었고, 때문에 가장 많은 인구와 경작지를 가진 경상도와 전라도의 미곡을 서울로 수송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그러나 실제 태종이 기획한 미곡 수세와 조운 운영은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각각 다른 형태로 구현되었다. 아울러 경상도와 전라도 조운제 정비는 향후 조운제 운영의 기틀을 마련하였을 뿐 아니라, 조선 재정운영의 구조적 특징을 만든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