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최씨정권은 최고 권력자로서 관료제를 장악하여 국정을 이끌어갔다. 동시에 사제를 경영하여 관료제 장악을 위해 필요한 사적 기반을 확충하는 권력 공간으로 만들었다.
첫째, 최씨정권의 사제는 최고 권력자가 거주하며 왕권을 능가하는 권력을 과시하는 권력 공간이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국왕의 권한을 모방하며 권력을 과시했다. 사제는 지배층의 관료와 인재들을 불러들여 최씨정권의 영향력 아래 끌어들이는 공간이었다. 시회와 연회를 개최하여 최씨정권 중심의 정치질서를 형성하고 영향력을 행사했다.
둘째, 최씨정권의 사제는 도방⋅마별초와 서방⋅정방이 설치되어 신변 보호, 군사 의례, 정치 자문, 인사 행정을 했다. 이로써 관료제 장악을 위해 필요한 사적 기반을 확충하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공간이 되었다. 또한 흥녕부⋅진강부가 설치되어 명망과 권위의 공간이 되었다.
셋째, 최씨정권은 사제에서 모든 국정을 운영하거나 관료제를 대체하는 시스템을 사제에 만들려 하지 않았다. 교정도감을 공적 기구로 만들어 관료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고 그래서 사제에 설치하지 않았다. 또한 최씨정권은 재추⋅이병부⋅어사대⋅승선⋅상장군 등 문무의 관직을 통해 관료제에 참여하여 국정을 이끌어갔다. 사제는 권력 공간이지만 기능과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