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큰 틀에서 조망하면서 인도-태평양이라는 상상의 지리가 탄생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원래 추상적 개념에 지나지 않았던 인도-태평양이라는 지역은 2차 세계대전부터 베트남 전쟁에 이르는 기간 동안 국제정치적 실체로 거듭났으며, 그 과정의 핵심에는 공산중국에 대한 미국의 봉쇄정책이 있었다.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은 20세기 초 지정학이라는 분석틀, 특히 국제관계를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의 충돌로 보는 시각과 함께 탄생했다. 냉전 시기에 들어 그것은 오늘날과 비슷한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냉전 기 미국의 대전략은 대서양과 태평양, 인도양의 해양세력들을 하나의 진영으로 묶고, 이를 통해 소련과 중국을 잇는 공산주의 대륙세력을 봉쇄하는 것이었다. 이 봉쇄정책의 한 축이 소련에 대항한 NATO였다면, 다른 축이 바로 중국에 맞선 인도-태평양의 해양세력, 즉 일본과 인도를 연결하는 “거대한 초승달”이었다. 이 시기 태평양과 인도양의 해양세력들은 중국에 맞서 또 미국에 맞추어 저 봉쇄의 초승달 위에 하나씩 정렬해 나갔다. 그리고 이 관계는 냉전이 끝난 후에도 예상된 난관, 뜻밖의 반전, 그리고 긴 잠복기를 거쳐 오늘날 인도-태평양이라는 상상의 지리의 원형을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