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에서는 국내 개신교계 신종교에 대한 이해 방식에 지대한 영향력을끼치고 있는 개신교 측의 ‘이단의 뿌리’ 담론에 개입함으로써, 이들 공동체에대한 사유의 방식을 새롭게 표현하기를 시도하였다. 흔히 ‘시초’, ‘근본’, ‘본질’ 등의 의미를 연상시키는 ‘뿌리’에 대한 논의는 개신교의 ‘이단’과 관련하여 꾸준히 이루어져왔지만, 최근 들어 ‘이단 전문가’들이 ‘토종 이단’으로 명명하기 시작한계열의 ‘뿌리’에 대한 담론은 ‘문제적 공동체들이 한국 역사에서 하나의 뿌리로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식의 사회적 공론화가 가능한 형태를 띠고 공중에수용되기 시작했다.
‘이단의 계보’에 대한 설명과 함께 언급되는 ‘뿌리’라는 표현은 뿌리에서 몸통, 줄기와 가지, 잎으로 연결되는 한 그루의 나무를 전제로 한 비유적 표현이라할 수 있다. 실제로 ‘이단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개신교 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이단의 뿌리’에 대한 강조를 통해 이들이 계시를 통해 형성된 것이 아니라 ‘선배교주’가 낳은 공동체라는 것, 그 가르침과 ‘이단적 수법’의 전수가 위계적인 일련의계보를 따라 복제적 수준으로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진정한 종교’라는 나무로이어지는 ‘뿌리’와 그렇지 않은 ‘가짜 뿌리’를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자한다. 개신교계 신종교의 ‘뿌리’를 이렇게 이해하는 방식은 궁극적으로 ‘근절’에대한 상상 외에 다른 이해와 상상을 불가능하게 만들며, 무엇보다 이들 공동체와관련된 ‘종교적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필자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리좀 모델’을 참조하여 개신교계 신종교와관련된 또 다른 형태의 ‘뿌리/줄기’들의 연결을 상상함으로써, 기존의 ‘뿌리-나무’적 논의들에 개입하고자 하였다. 뿌리 또는 줄기가 어떠한 중심이나 위계도없이 수평적으로 연결되며 무정형하게 확장되어 나가는 ‘땅속줄기’ 식물의 뿌리 형태는 개신교계 신종교를 형성하는 수많은 요소들의 관계를 새로운 방식으로상상할 수 있게 한다. 이 ‘상상’은 당위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아니며, 개신교계신종교와 관련된 ‘종교적 현실’을 적극 반영한 상상이다.
우리는 개신교계 신종교의 ‘시초’ 또는 ‘원조’에 대한 강조가, 이 ‘시초’ 또는‘근본’을 중심으로 하는 가르침과 공동체의 성격 등의 위계적 전수에 대한 주장이, 그리고 어떠한 ‘순수성’을 전제로 한 ‘종교적 본질’과 ‘진정한 종교’에 대한 논의가, 개신교계 신종교와 관련하여 벌어진 일들의 ‘복합성’을 간과하고 애써 무시한결과로서의 주장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들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수많은 요소들은 서로 얽혀 있다. 개신교계 신종교를 형성하고 있는 이 복합성과얽히고설킨 ‘땅속줄기’적 연결성을 인식하고 언어화할 때, 우리는 이들 공동체와그에 속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함께하는 ‘사회’ 또는 ‘문화’ 속 삶에 대한이야기들로 새롭게 상상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