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상황에서도 선진 근대국민/민족국가를 중심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 덕분에 공간과 시간의 압축은 오히려 가속화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표적인 탈식민주의 문화이론가인 호미 바바(Homi K. Bhabha)의 기대가 좌절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맥클린턱(Anne McClintock) 등이 지적했듯이 세계 역사가 재-중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오늘날의 글로벌 권력관계를 고려할 때 혼종성에 기대를 건 탈식민주의 선언이 성급하다는 맥클린턱 등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현실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비인간적 전환과 학제간 융복합, 그리고 메타버스 교육 담론 등을 포스트 혼종성 시대의 주요 담론으로 규정하였다. 각 담론이 대학교양교육의 목표와 영역, 그리고 운영 현황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논의를 함축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우선 글로벌 권력관계가 작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인간적 전환담론은 인간의 고유성에 대한 논의를 패러다임에서부터 존재론, 가치론 차원에서 재구성할 계기이지만, 대학교양교육의 현실은 전인교육과 계몽주의의 이념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 중세 유럽 대학 출범 이후 자유교육(liberal arts)과 기초교육(general education)에 대한 논의는 대학교양교육의 영역에 관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자본이 교육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오늘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과 및 전공이기주의를 벗어나 학문 분야를 횡단하는 통섭의 의미를 분명히 실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분야에 활용되는 과학기술이 전자출결시스템 등과 같이 수요자 중심 교육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관리의 차원에서 학생을 타자화한다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대안이자 혁신적 미래로 부각되고 있는 메타버스도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도구적 기술이나 환경 못지않게 콘텐츠와 교육 목표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