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주된 문제의식은 일상세계가 존재론적으로 세계-무덤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상세계란 언제나 이미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규범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하이데거는 일상세계를 죽음으로부터의 도피처로 간주한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세계 안으로의 일상적이고 평균적인 빠져듦 안에서현존재는 자신을 일상적이고 세속적인 방식으로 이해한다. 물론현존재에게는 죽음을-향한-존재로서 자신의 고유한 존재를 자각함을 통해 일상적으로 현존하는 세인과 동화되지 않고 자유롭게 될잠재성이 주어져 있다. 그럼에도 현존재는 세인에게서 길을 찾고늘 죽음의 불안으로부터 달아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문제는, 하이데거가 암시하는 바와 달리, 일상세계를 죽음의 불안으로부터의 도피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상세계는 언제나 이미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규범화되어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그 자체로서 일상세계란 나와 타자를 위해 예비된 잠재적ㆍ현실적 처형장이자 무덤이기도 하다는 존재론적 진실을 드러낸다. 법적ㆍ윤리적 규범은, 현존재가 근본적으로 법적ㆍ 윤리적 규범이 금하는 바를 행할 가능성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수 없다는 바로 그러한 점에서, 현존재를 처벌할 그 근거인 것이다. 이 글은 일상세계가 지니는 세계-무덤으로서의 존재론적 의미를 밝히기 위해 오스트리아 출신의 한 표현주의 화가의 작품들을분석할 것이다. 그는 바로 종종 20세기 초를 대변하는 주요 화가들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에곤 실레이다. 이 글은 원초적 성적 취향으로 주목받는 실레의 작품이 일상세계란, 언제나 이미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규범화되어 있는 것으로서, 현존재를 위해 예비된 그자신의 잠재적ㆍ현실적 처형장이자 무덤이라는 존재론적 진실을 드러낸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