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에 참전한 여성들은 지금까지 공식 역사에서나 연구자들의 연구주제에서, 또 사회적 관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에 본 연구는 ‘전쟁’과 ‘여성’의 관계 중에서도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참전’ 여성에 주목해 페미니즘 국제정치학의 접근으로 이들의 역사와 경험을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료를 검토하고, 두 명의 참전 여군으로부터 증언을 청취하고 이를 분석하였다.
제도적ㆍ사회적 측면에서 참전 여군들은 참전의 전 과정에 걸쳐 남성과의 비교 속에 놓였고 남성의 대체재로서 존재 의미를 부여받았다. ‘보호하는 남성-보호받는 여성’의 이항대립 속에서 이들은 군인이기보다 여성으로, 즉 보호 대상으로 취급받았고, 참전 여군의 역할은 전통적 젠더 관념이 지배하는 ‘여성의 일’로 한정되었다. 또한 이들은 ‘비겁한 사나이’와 ‘허영 여성’을 비판하는 대조적 모범으로, 국민개병과 총력안보의 상징적 존재로 본질화되고 타자화되었다.
한편 연구참여자들의 구술은 공적 역사가 지워버린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전해주었고, 제도적ㆍ사회적으로 공적을 인정받지 못했던 여군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또한 두 사람은 군대 내의 ‘여성의 일’이 그 자체로 젠더 위계의 산물임을 보여주었으며, 이러한 ‘여성의 일’을 다르게 해석할 여지를 열어주었다. 끝으로 이들의 증언은 젠더화된 모순적 구조와 그에 대응하는 여군들의 주체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