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전북 임실군 삼계면의 『삼계일기』를 통하여 1950년대의 친족관계와 그 심성을 분석하고 있다. 유교적 부계친족관계와 심성이 아직 강력하게 남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를 중심으로 가족이 운영되고 아버지가 가족을 대표하며 혈통을 잇고 호주로서 가족을 통솔하는 의식이 잘 드러나고 있다. 아버지와 구분되어 어머니는 따뜻하게 가족을 돌보며 집안일을 수행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또한 『삼계일기』는 일기의 저자가 태어나거나 자란 곳이 아니라 큰집을 비롯한 가까운 부계친족들이 살고 있고 조상의 산소들이 모여 있는 신기리가 자신의 정체성의 근거지이고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큰집을 매개로 부계친족과 조상으로 이어지며 이를 매개로 부계친족이 자신의 정체성, 조상과의 연계성, 혈연공동체를 구성하는 심성을 보여주고 있다.
모계친족에 대한 언급은 아주 간단하게 외할아버지와 이종사촌과 외종사촌까지만 언급되고 있는데 반하여 부계친족에 대한 언급은 15대조 할아버지까지 올라가고 먼 친척인 대부와 대모와 아저씨까지 확장되며 언급되는 사람이나 양이 모계친족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많다. 또한 부계친족의 차례, 시제, 성묘, 세배 등에는 열심히 참여하여 지속적으로 부계혈통의 관계를 이어가고 이를 조상으로 연결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모계친족이나 처계친족의 차례, 시제, 성묘, 세배 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철저히 부계혈통과 가부장적 심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변화의 씨앗들도 나타나고 있다. 부계친족과의 갈등이 생겨 소원해지면서 부계친족과의 관계나 의존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품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