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미쓰 리이치의 『상해』는 상해의 일본계 방적공장에서 벌어진 중국인 여공살해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반일 운동으로까지 확산된 5·30사건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다. 일본군의 산동출병으로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개조사는 요코미쓰의 『상해』와 마찬가지로 5·30사건을 다룬 마에다코 히로이치로의 르포르타주 「중국은 움직인다」도 동시에 연재하기로 기획한다. 이런 개조사의 편집 의도는 독점자본과 군사력을 앞세운 일본침략과정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주인공 산키는 노동자의 신체가 일으킨 5·30사건에 공감하면서도 식민도시 상해에서 반일운동이 일어나자 자신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던 국적을 지닌 ‘신체’를 의식하고, 국가에 귀속되는 자의식의 과잉을 표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산키의 자의식 발견은 요코미쓰가 주장하는 ‘복안(複眼)적인 의식’에 근거를 둔 순수소설의 발현이다. 요코미쓰는 마에다코가 묘사하고 있는 현실세계의 상해에 살고있는 은행원 산키와 터키탕에서 일하다 결국 매춘부로 전락한 오스기를 통해 ‘국가’를 매개로 한 근대국가 시스템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본 연구는 5·30사건 속에 묘사된 인간 서술을 통해 인간은 “경제와 내셔널리즘에 의해 이데올로기적인 의미를 가짐과 동시에 소외되는 상품적 기호에 불과하다”는, 인간의 존재방식을 조명하고자 한 『상해』를 요코미쓰가 지향하는 순수소설의 시초가 된 작품으로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