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로베르토 에스포지토의 바이오폴리틱스 면역 이론을 토대로 빅토리안 시대 소설인 『드라큘라』를 해석하며, 19세기 대영제국의 작가인 브램 스토커의 글에서 종종 20세기 독일의 나치로만 대표되던 우생학적 관점을 찾는다. 당시 타자를 향한 두려움과 드라큘라 백작의 구현을 연결지었을 때, 소설 속 타자성은 살균하여 제거되어야 할 병리학적 요소로 그려진다. 이 글은 19세기 유럽 사회에 만연했던 일종의 퇴행성 이론인 디제너레이션 담론들 - 세자레 롬브로소의 범죄이론, 몰리 로버츠의 유기적 사회이론 등의 생명정치적 영향을 다룬다. 에스포지토에 의거하면 디제너레이션, 즉 퇴보적이며 타락한 “야만인”을 감염병의 요인으로 지목하는 풍토는 나치 정권 이전인 빅토리안 영국에서부터 존재해 왔다. 『드라큘라』는 얼핏 이러한 당대 공동체의 우생학적 관점에 동조하는 듯 보이나, 동시에 그와 같은 타자 배타적, 양분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이 기저에 내재되어 있다. 면역주권자인 반 헬싱의 무리가 타자인 뱀파이어를 감염요소로 여겨 박멸하려는 시도는 종내에 자기파멸적인 결과를 야기한다. 이 분석은 “다름”에 대한 거부감은 인간 심리를 관통한다는 사실을 전개하며, 따라서 문화권과 시대를 막론하고 타자와 퇴행적 질병의 연관관계가 형성됨을 시사한다.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드라큘라』 속 디제너레이션에 대한 집단적 대응을 기각하는 방식 읽기는, 타자성을 마주하는 공동체들이 향후 취해야 할 입장에 대한 암시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