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 베르베르인이 자리하고 있는 제르바 섬에는 유대 문화가 공고히 자리하고 있으며, 유대인의 중심지인 예루살렘과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흔적이 섬 곳곳에 남아 있다. 제르바 섬은 예루살렘 이외 지역에 있는 유대인의 유일한 성지이자 ‘예루살렘의 대기실’로 잘 알려져 있으며, 그 흔적을 비교적 잘 보존하고 있어 유대인 디아스포라의 문명 교류, 이슬람과 유대인, 베르베르의 공존과 상생 관계 등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장소이다.
본고에서는 먼저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전후한 마그레브 3국의 유대인 상황과 역사에서 전개된 유대인의 현재적 상황을 짚어본다. 다음으로 ‘예루살렘의 대기실’이라 불리는 제르바 섬 유대 공동체에 대해 살펴본다. 마그레브의 다른 국가처럼 제르바 섬 또한 여러 문화적 분열 현상을 겪는 곳이다. 그럼에도 제르바 섬은 역사 속 예루살렘의 기억이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인식론적 ‘단절’(rupture)인가 혹은 ‘연속성’(continuity)인가의 문제 검토는 유의미해 보인다. 이는 ‘예루살렘의 대기실’ 제르바 섬에서 오늘날까지 유대인이 어떻게 지역에서 공존과 공생을 할 수 있었는지, 프랑스 식민지배와 이후 과정은 어떻게 갈등 관계를 불러오며 공존 방식의 ‘단절’을 이루게 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므로 본고를 통해 제르바 섬의 유대 문화 정체성, 다양한 문화의 공존과 갈등 방식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