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얀마 군부가 감행한 쿠데타에 맞서 공공병원 의료진이 전개한 시민불복종운동은 코로나19에 따른 보건위기보다 쿠데타가 촉발한 정치적 위기가 이 나라 국민의 안위와 건강에 더 치명적이라는 인식을 보여준다. 실제로 미얀마의 보건의료체계는 군정이 지속된 과거 50여 년간 퇴행의 길을 걸었다. 미얀마는 매우 일찍부터 보편적 건강보장을 목표로 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갔지만, 현실과의 간극은 컸다. 오히려 희소한 보건의료 자원을 ‘국가 안의 국가’로 군림하는 군이 독점적으로 전유하며 정치적으로 활용함에 따라 대다수 국민의 건강권은 심각하게 침해당했다. 그 폐해는 공공의료의 지속적인 약체화와 오늘날까지도 전체 보건지출 중 70%가 넘는 재난적 수준의 개인 의료비 지출 등과 같은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이 논문은 바로 이러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미얀마의 정치위기로부터 기인한 것이라고 진단하고, 그 배경으로서 독립 이래 미얀마의 보건의료정책이 시행된 배경과 주요 특징, 한계를 고찰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얀마의 보건의료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갈등으로 점철되었던 다층적인 ‘국가-사회’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