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은 유럽과 세계의 국제질서 전반에 충격을 불러오며 탈냉전 이후 구축된 기존 외교안보 질서 전반에 관한 재구성적 접근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중립외교 노선을 고수해온 스웨덴과 핀란드가 이를 계기로 국가적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나토(NATO) 가입 신청을 결정함으로써 국제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논문의 목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 외교안보정책 노선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이번 전쟁이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외교안보 질서에 미치는 영향과 향후 변화 전망을 가늠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핀란드는 전후 소련과의 특수한 국제관계 속에서 독특한 중립 평화외교 정책을 발전시켰으나 1995년의 EU(유럽연합) 가입과 2000년 헌법개혁을 거치면서 대외정책 결정에서 새로운 정치적 다이내믹을 표출해왔다. 이번 전쟁은 탈냉전 이후 핀란드가 발전시킨 외교안보정책 노선의 기본 전제를 허물어뜨림으로써 핀란드 대통령, 총리와 내각, 의회 그리고 정당 등 주요 정치적 행위자들로 하여금 패러다임 수준에서 기존 정책 노선의 재구성을 심각하게 고려하도록 만들었다. 대외정책 결정의 ‘의회주의적 전환’을 이룬 2000년 신헌법과 핀란드 특유의 광범위한 정책 및 입법 협의 시스템은 긴박한 위기 대응이 요청되는 상황에서도 충분히 잘 작동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 나토 가입 목표의 최종 실현에는 아직 불투명성이 남아있지만, 이번 전쟁을 계기로 전개된 핀란드의 대응 방식과 결과는 핀란드 외교안보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와 새로운 정치적 합의의 탄생을 강하게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