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타네의 『제니 트라이벨 부인』은 이른바 창업의 열기가 지배하던 시기의 베를린 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는 빌헬름 치세의 독일 제국 시절의 부르주아와 교양시민을 중심으로 한 독일 시민 사회의 타락에 비판의 초점이 맞춰졌다. 부르주아의 배금주의와 그들의 위선적 시각을 비판한다는 작가 스스로 밝힌 집필 의도는 작품에 대한 초기 이해와 분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본 연구는 지금까지 등한시되어 온, 작품 속에 명확하게 나타나는 문학 담론을 집중적으로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작품의 또 다른 주요 모티브인 시적 이상과 산문적 현실의 대립과 중재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특히 작품의 결말부에 나타나는 갑작스런 화해 상황과 이에 연결된 주요 인물인 슈미트 교수의 발언에 내포된 의미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결론부의 화해는 독일의 역사 전개 과정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결과이면서, 동시에 독일 시적 사실주의의 문학적 강령의 실천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시적 사실주의는 사물 속의 객관적 진실과 이에 대립하는 작가의 주관 정신 사이의 긴장관계의 유지를 기본적 문학 강령으로 삼았다. 이는 헤겔이 말한 심정의 운문과 이에 대립하는 상황의 산문 사이의 갈등의 중재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제니 트라이벨 부인』은 배금주의와 물질주의로 대변되는 19세기 말 베를린 사회의 산문적 현실을 날카로운 관찰을 통해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여기에 덧붙여 문학 이상과 예술 이상의 실현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 시대의 문학적 강령을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