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우선 17-18세기 프랑스에서 예술품 컬렉션이 형성되고 해체된 과정을 간략하게 짚어본 후, 이것이 당대의 문헌과 관계 맺은 방식을 논한다. 특히 로메니 드 브리엔, 야바흐, 크로자, 그리고 베뤼 부인 등 주요 소장가들이 남긴 판매 도록, 유언장 등의 문서를 중심으로 예술품과 유물을 소유하고, 또 떠나보낸다는 것이 근세 프랑스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지녔을지 탐구할 것이다. 그리고 판매 도록과 같은 문서가 컬렉션과 수집가 개인을 이해하는 데 자료로서 기능한 대표적 사례들을 살펴본다. 여기서 컬렉션은 학문의 발전과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근대적 자아를 표상하는 매개이기도 하고, 사교계, 그리고 미술계 안에서 소장가 개인이 그려온 사적인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회고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이어서 마지막 장에서는 18세기 프랑스에서 수많은 컬렉션과 이와 관련된 저술에 관계했던 피에르-장 마리에트의 사례에 집중하여 컬렉션의 판매와 도록 작성이 미술사에 가져온 변화를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낼 것이다. 도록은 미술사 연구를 돕는 사료로서도 핵심적 기능을 수행하지만, 그 고유의 작성 기술 또는 문체를 통해 소장품에 관련된 객관적 정보를 전달하고 이에 대한 가치 평가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미술 저술의 역사상 중요하다. 이처럼 수집가가 컬렉션의 해체를 앞두고 직간접적으로 남긴 문서가 수집품들의 ‘이후의 삶’에 실제로 영향을 끼친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넓은 관점에서 문자와 글이 어떤 방식으로 예술품의 가치와 수용에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조망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