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노동당은 착취계급이 사라진 북한사회에서 혁명적·선진적인 노동계급이 소자산가 의식이 강한 농민, 자유부동하는 인텔리를 잘 지도하면서 그들의 사상을 집단주의로 개조하고, 협동적 소유를 전인민적 소유로 바꿔내면 마침내 계급 없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제 북한사회에서는 당·국가 관료가 과거 자본가의 자리를 대체하며 하나의 계급으로 출현했고, 노동계급조차 개인주의·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채 1990년대 중반에 ‘혁명의 주력’ 지위를 군대에 내줬다. 1980년대 후반부터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자 농민들이 국가에 수매해야 할 식량을 은닉하고 밀매한 사실로 알 수 있듯이, 노동계급과 농민이 친선관계를 맺고 있다는 조선노동당의 주장도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이러한 조선노동당 계급이론과 북한사회 실제의 괴리는 북한사회의 생산양식 변화, 곧 시장화가 진전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노동계급, 농민이라는 양대 계급 사이에서 생산수단을 ‘사실상’ 소유한 소고용주가 등장함으로써 자본가계급 소멸론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또한 관료와 소고용주가 후원 관계를 맺음으로써 관료의 계급적 속성이 더욱 강해지고 있고, 시장화 진전, 식량 부족등의 영향으로 농민의 소자산가 의식은 갈수록 공고해질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