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는 젊은 여성들의 드럭스토어 이용 경험을 정치적 소비주의(political consumerism)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 과정에서 이들이 경험하는 갈등과 주체적 행위전략을 살펴본다. 드럭스토어는 K-뷰티 산업의 집약처이자 일상적 욕망의 코드를 담은 소매점으로서 도시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해 왔으나, 미용 관습을 전면 거부하는 ‘탈코르셋’ 운동이 대중적 페미니즘의 한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 공간의 유혹성은 페미니스트 정체성과 긴장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연구는 탈코르셋 이후에도 많은 여성들이 드럭스토어를 방문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참여관찰 등 예비조사와 심층면접을 통해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드럭스토어 이용 경험과 주관적 의미부여에 대한 질적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 결과, 여성들은 드럭스토어를 이용하면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페미니스트 가치에 부합하게 행동하고자 다양한 신체적·심리적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다. 광고와 화려한 상품진열대 앞에서 여전히 구매 욕구를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지만 이러한 관습화된 욕망이 충동적인 미용 상품 소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선 및 동선과 사고방식을 바꾸며, 이는 미용 상품에 대한 보이콧(boycott) 및 친환경·비건 제품에 대한 바이콧 (buycott)이라는 정치적 소비주의 실천으로 이어졌다. 여성들은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페미니스트 실천으로서 정치적 소비를 의미화하며 자신만의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구성해간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는 한국 여성의 ‘탈코르셋’이 일회적이고 단절적인 사건이나 상태가 아닌, 다양하고 지속적인 페미니스트 되기의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함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