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한국불교문헌의 본격적 사상적 연구를 위해 정본화가 선행되어야 함을 제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상 연구에 앞서 교정 텍스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방대한 한국불교문헌 전부를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고에서는 국내보다 국외에 텍스트가 많이 남아있는 『한국불교전서』 신라시대 문헌을 대상으로 검토하였다. 『한국불교전서』 신라시대편은 1979년 1책이 간행된 이후 1980년 간행된 3책까지 해당한다. 이후 1997년 11책부터 2022년 15책까지에서 17종류의 신라문헌이 추가 수록되었다.
『한국불교전서』 신라시대편(1책~3책)의 장단점을 분석한 결과, 기존의 간행본보다 좋은 점은 대체로 기존 간행본보다 더 많은 대교본을 활용했으며, 편집자의 의견을 넣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당시 저본이나 대교본이 외국의 대학이나 사찰 소장본일 경우, 직접 구입하지 못하고 기존 간행본에 의지했다는 단점을 지적하였다. 이런 경우 기존 간본의 불완전성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교감 및 역주 작업에서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단점은 편집 시에 경문 원문을 넣기도 하고 넣지 않기도 하는 등 통일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또 저본의 원래 상태에 경문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13책, 14책에 宋藏遺珍本 遁倫의 瑜伽論記를 수록할 때 상당 부분 보완되었다. 그리고 15책에서는 주석서 내의 경문 원문의 유무와 보입의 유무에 대한 정보를 추가하여 편집 상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통일되지 않은 모습이 있으며, 더 많은 사본과 판본의 수집을 요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런 후에 중국의 역장을 참조한 집단강독의 정본화 과정을 제안하였다. 이 정본화 과정을 위한 전제 작업 중 하나가 사본, 간본을 수집하고 인용문을 찾아 놓는 것이다. 또 교감 대상 문헌에서 인용한 문헌의 인용처를 수집하여 모아 두며, 교감 대상 문헌이 인용된 문헌이 있을 때 그것들도 수집해야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여러 자료를 다수의 연구자가 모여 교감을 하여 교감주를 꼼꼼히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크로스 체크를 통하여 최대한 오류를 줄여야 한다. 이 후 교감 대상 문헌의 전문가들이 집단으로 강독을 시작하면서, 비판적 교정본을 만들어 나간다. 이 작업은 교감의 엄밀성, 강독을 통한 교감 기록 그리고 텍스트의 사상성까지 염두에 두고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이로써 비로소 교감 대상 문헌의 원본에 가까운 교감본인 정본이 만들어지고, 그간의 집단 강독 기록에 근거하여 사상을 본격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