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주지역 연구의 주류적인 경향은 지배의 측면에서 고려 중기 이후 군현 개편을 통해 탐라국을 고려 영역으로 편제시키는 과정을 통해 제주지역의 변화와 특성을 고찰하는 작업이었다. 왕조정부가 지배의 거점으로 제주지역에 주목한 관점이다. 한편 자율의 측면에서 볼 때 제주지역은 고대 삼국 이래 고려 전기까지 탐라국으로 존재했다. 탐라국 지배세력인 성주층은고려 군현체제에 편입된 이후 해체되지 않고 고려 후기까지 제주지역에서지배세력의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고려 전기에는 고려 중심의 천하질서에 번국(蕃國)으로 참여해 고려 조정에 조공(朝貢)과 사작(賜爵)을 통해 지위를 유지했다. 고려 후기에는 성주층은 원나라와 고려 조정의 제주 지배 의도와 방식을 꿰뚫고 두 나라에 대해 타협 또는 비타협의 태도를 취하는 등고도의 정치력을 구사하면서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했다. 이 연구는 자율의 공간으로서 제주지역을 지배한 성주층의 존재에 대해 새롭게 주목했으며, 이는 향후 고려시기 제주지역 이해에 새로운 방법론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