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신동엽 시에 나타나는 연민과 시적 정의(正義)의 수사적 특성을 밝히는 데 목적을 두었다. ‘관찰자적 시선과 존재의 훼손’은 타인의 고통을 들여다봄으로써 부당하게 고통당하는 존재를 구출하기 위한 시적 실천을 유도하는 장치이다. 그리고 신동엽 시 전체에 걸쳐 양립하는 ‘장막/구원의 알레고리’는 존재를 감금하고 진실을 은폐·조작하는 장막의 폭력성을 알리는 동시에, 고통당하는 존재를 장막에서 구출하려는 시인의 의지를 드러내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이는 존재의 해방을 소환하는 방편으로 작용한다. 나아가 신동엽이 ‘시적 재판관’의 입장에서 창조한 ‘중립성’은 부정의 시대를 조율하여 훼손되거나 억압된 존재를 온전한 존재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신동엽이 시적 재판관으로서 ‘중립성’을 통해 추구한 시대의 조율은 시세계의 궁극적 지향점이며 그가 실천한 시적 정의(正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