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 문제를 다룬 한수산의 『까마귀』(2003)를 고찰하고자 한다. 노태우 대통령 취임 후 한일 전후처리 문제에서 핵심은 재일한인의 법적 지위 문제였다. 한수산도 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1989년 재일한인 3세를 만났고 한국인 피폭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나가사키를 찾게 된 것은 1990년 여름이었다. 그는 여기서 ‘나가사키 조선인의 인권을 지키는 회’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징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작가는 1990년부터 현지 취재를 시작해 지옥섬이라 불린 해저탄광 하시마(端島)와 징용자의 기숙사 등을 수차례 조사하고 피폭자 증언을 담았다. 이런 맥락에서 『까마귀』는 원폭 피해자 문제에 징용자가 결부되었다. 『까마귀』는 소설이라는 허구의 형식이지만 징용, 원폭투하와 피폭자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자 해석이다. 요컨대 본고는 이 국면에서 한수산이 원폭문제의 사회화와 공적기억화를 위해 어떠한 전략과 내용으로 『까마귀』를 구성했는지 구명(究明)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