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베트남 남부지방은 17~19세기 초반 베트남 정부가 이 땅을 개간하며 주권을 확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 응우옌 영주(阮主)는 황무지 개간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당시 베트남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중국 이주자, 즉 화인(華人)을 긴급 수용하여 베트남 남부에 정착시켰다. 이에 본 논문은 17~19세기 초까지 베트남 남부경제, 특히 무역 분야에서 화인의 역할을 분석하고자 한다. 다양한 문헌 기록을 바탕으로 본문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베트남으로 이주한 화인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이른 시기(최소 기원전 2세기부터)에 베트남 남부에 정착했음을 밝히고자 한다. 17~19세기 초반까지 남부지방에는 이곳에 정착하여 안정적으로 거주하는 4개의 화인공동체(群體)가 형성되었다.
화인의 풍부한 무역 경험과 남부 지역의 사회 환경 및 응우옌주와 응우옌 왕조의 정책 덕분에 화인의 출현과 이들의 상업 활동은 현지의 도시형성과 발전, 수공예품 산업 및 시장의 수용력 확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남부경제는 물론 베트남 대외 무역의 발전을 촉진하는 데 일조했다. 이러한 화인의 역할은 17~19세기 초에 국한되지 않고 그 이후에도 몇 세기에 걸쳐 베트남 사회발전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