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 국제 전시는 집단적 미학 선포의 장이자 사회적 발언으로서, 예술과 정치를 조화시키려는 초현실주의의 실천 기반이었다. 본 논문에서는 마지막 초현실주의 국제 전시인 1965년의 《절대적 거리》를 통해서 초현실주의가 지향했던 사회상에 대해 고찰한다. 《절대적 거리》는 19세기 초 산업사회를 비판했던 샤를 푸리에의 이론에 대해 전적인 지지를 표명한 전시였다. 푸리에는 계몽주의로부터 발전된 산업사회의 문제를 비판했고, 인간의 자연적 본성인 열정에 충실함으로써 이상적인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 초현실주의자들의 공산당 탈당 후 푸리에의 사회이론은 공산주의를 대신하여 그들이 추구했던 사회상을 정당화해줄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푸리에의 이론을 통해 초현실주의자들은 초현실주의 혁명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원시 부족문화에 대한 탐구로써 강화된 공동체주의를 사회학적 차원으로 확장시켰다. 푸리에의 사회이론을 수용한 《절대적 거리》 전시에서는 1960년대 소비사회의 기물들을 초현실주의 오브제로 변용하여 소비사회에 대응하는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초현실주의 운동에서 강조된 바인 문화적 이질성을 넘어서는 공동체를 추구하는 특성이 드러난다. 이를 통해 초현실주의자들은 당대 소비사회에 대항하여 인간의 열정과 욕망을 수용하고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갖는 창조적 힘을 통해 연대하고자 했다. 《절대적 거리》 전시는 이상적인 공동체 사회가 미래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일상적 현실을 시적으로 변형할 수 있는 창조적 능력에 의해서 지금 이 자리에서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가 곧 인본주의적 공동체가 실현된 장소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