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와 관련된 연구는 1920~1930년대 시조부흥운동과 연관된 논의만 집중적으로 많을 뿐, 해방기를 포함한 1940~1960년대 현대시조 관련 연구는 매우 희박하다. 약 30여 년의 시조사가 공백으로 남아 있는 것이 현 실정인데, 본고는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해 『죽순』이라는 동인지를 고찰하면서 해방기 현대시조의 지형도를 그려보고자 했다.
이호우는 「시조의 본질」이라는 글을 통해 시조가 계급을 초월하여 국민과 함께 호흡해 왔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획득한 ‘조선시’로서 적합하다고 보았다. 시조 역시 자유시와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시 리듬을 갖고 있다고 보면서 보편성을 전제로 한 작품들을 『죽순』에서 선보였다. 그에게 있어 현대시조는 귀족적이고 현대에 어울리지 않는 소멸할 장르가 아니라, 현대인의 감정과 현대인의 일상을 노래할 수 있는 자유로운 문학 장르 중에 하나였다. 또한 이병화, 이숭자, 조향은 당대를 살아가는 일반인의 생활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국민시’ 혹은 ‘한국문학’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가난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사회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고 진단하기보다는 당시의 고달픈 생활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형상화하였다.
이영도는 『죽순』에 15편의 작품을 발표하며 남성 시인 위주의 시조 문단에서 ‘현대 여성 시조시인’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갔다는 점에서 『죽순』 동인지를 주목할 만하다. 이영도는 현실인식에 심미적 감각을 결합하여 현대시조의 미학적 가능성을 새롭게 확장시켰으며, 관념과 남성 중심의 문학 장르였던 ‘현대시조’의 생성기 혹은 형성기에서 역사적 소재를 통한 현실비판도 감행해갔다.
이와 같이 『죽순』 동인지를 통해 1940년대 해방기의 현대시조 양상을 살펴본 결과, ‘민족문학’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경도되어 미학적 성취보다는 미학적 실천을 우위로 하는 작품보다는, 당대의 생활상을 실감 있게 묘사하는 문학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고시조의 전통에서 탈주하는 동시에 관념보다는 개인의 감정을 보다 중요시하는 ‘현대성’을 확보하려는 현대시조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