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은 한국 라디오에 관한 90년대 이후 여러 영역, 특히 미디어(문화) 연구 분야에서 발표된 논문 텍스트들을 비판적으로 독해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대략적이긴 하지만 한국 라디오 100년의 역사를 주변 정황에 비춰서 기술하고 파악할 것이다. 이 작업을 수행하면서 저자는 두 가지 차원, 즉 라디오 연구의 흐름과 실제 라디오 문화의 흐름 사이에 일정한 간극 혹은 격차가 있음을 확인한다. 라디오 미디어 문화의 실재 궤적에 조응하지 않는 라디오 (문화) 연구의 결정적 공백, 불연속성에 주목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기존 연구자들은 1920년대 식민지 근대의 시점부터 해방 이후 1960년대 시간까지에만 관심을 국한시킨다. 70∼80년대를 포함한 이후 반세기는 관심과 조명, 탐구의 작업에서 사실상 생략·배제한다. 이 시기 버젓이 살아 있던 라디오 미디어 문화가 역사에서 삭제된다. ‘라디오의 죽음’을 단언하고 ‘텔레비전으로 지배적 이행’에 근거하면서, 라디오의 문화적 실재성 혹은 매체적 혼재성을 간과해버리는 것이다. 결국 라디오 역사의 절반이 기록과 기억에서 빠져나가는바, 그 소외를 저자는 라디오 100년의 고독사(史)라 이름 붙인다. 이런 방심 혹은 맹점의 이유를 짚으면서, 저자는 개선의 가능성 또는 희망을 조심스레 말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