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말, 고려는 최무선의 연구를 통해 화약제조 및 화약병기 전반에 대한 기술을 습득하여 이를 왜구와의 전투에 활용하였다. 당시 해전에서의 화약병기는 주로 화염에 의한 소각을 통해 적선을 파괴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고려 말의 화약병기 체계에 대해서는 자료 부족으로 인해 연구가 미진하여, 그 ‘소각’의 주체가 된 화약병기의 실체가 다소 모호한 상태이다. 본고에서는 기존 연구들과 국내 사료를 기반으로 중국 측 기록이나 병서 등을 참조하여 그 실상과 운용 형태를 추적하였으며, 특히 최무선이 개발한 것으로 졸기에 언급된 화통(火㷁)과 화포(火砲)에 주목하였다.
먼저 화통에 대해서는 이를 사격용 발사기구로 보는 견해와 투척병기로 보고 이것이 적선 소각의 주체였다고 주장하는 견해가 있는데, 여러 사료를 검토하여 이것이 금속제 발사기구임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최무선 졸기에 기록된 ‘화포’가 적선 소각의 주체였을 것이라 보고, 중국의 사례 등을 참조하여 이것이 화염방사식 화약병기였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최무선이 개발한 화포는 거철-구철을 활용한 전술과 연계하여 효과적으로 적선을 소각할 수 있었으며, 진포와 관음포 등의 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되어 왜구 제압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화염방사식 화약병기는 높은 화약 소모량 문제 등으로 인하여 급속히 도태된 것으로 보이며, 세종대 이후의 조선은 금속제 유통식 화기 위주로 화약병기 체제를 재편해 나갔다. 본 연구는 사료 분석 및 재검토를 통해 고려 말 화통과 화포의 실체를 새로이 규명해 보고 고려 말 화약병기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