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공수부대원의 폭력성에 대한 연구는 극히 소수다. 공수부대원의 행위 원리에 대한 규명이 유사한 사건에 대한 비교 해석의 틀을 제공하고,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는 집단의 극단적 폭력에 대한 이론적 대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수는 문제적이다. 본고는 임철우의 소설 『봄날』을 통해 5.18 진압군의 행위가 어떤 감정을 동인으로 갖는지를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특히 그들이 군대가 만들어내고 강제한 상황적 감정에 예속되는 과정과 그 정체를 드러낸다. 공수부대원들은 같은 시공간을 함께 보내고 나누며 서로의 신체적 리듬과 정신적 지향점을 맞춰나갔고 폭발할 것 같은 훈련 속에서 하나의 상징적 적(광주의 시민)을 상정하여 집합감정으로서의 유대감, 연대감, 도덕감, 종교적 애국심, 나르시시즘적 도취, 분노와 증오 등의 감정을 키워나갔다. 그들은 국가가 절대 위기의 상황이고 데모대는 빨갱이라는 확고한 편향성을 갖게 되었고 이는 계엄령을 통한 광주 진압 명령과 결합되며 무차별적인 살육을 낳았다. 폭력의 강도는 광주의 시민들이 저항하자 더 거세졌다. 공수부대원들의 증오와 분노, 복수심과 원한은 중첩되고 증폭되어 더 가혹한 폭력을 낳았다. 이것이 수많은 공수부대원이 그토록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했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