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무연고라는 죽음이 혈연과 혼인에 기초한 연고자의 존재여부에 의해 규정되고 있음에 주목하여, ‘증가하는 무연고사망자’라는 현상을 한국의 가족정치가 초래한 사건으로 위치 짓고자 했다. 이를 위해 본고가 선택한 연구방법은 질적연구방법이며, 서울시 무연고공영장례식의 현장을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장사법상 연고자 개념은 한국의 가부장적 법담론에 근거하여 제사를 주재하는 장손이라는 의미를 부여받고 있었으며, 의료와 복지시스템을 넘나들며 체계적으로 뒷받침되고 있었다. 지자체별로 도입 중인 공영장례조례는 무연고사망자의 장례지원을 위한 유일한 법적근거로서 무연고 ‘상주 되기’를 위한 물리적, 사회적 조건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공영장례를 통해 ‘상주 되기’를 수행하였더라도 고인의 유골을 인수받는 과정에는 제약이 존재했으며, ‘사실상 시신을 관리하는 자’라는 범주는 계속적으로 주변화‧잔여화 되었다. 결론적으로, 무연고사망자의 증가라는 현상 이면에는 가족돌봄을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조차 부양의무의 주체로서 원가족만을 호명하는 정상가족주의가 자리한다. 이 점에서 무연고 상주들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은 단순히 장사법 상으로 비혈연‧비혼인 관계를 ‘추가’하는 것 이상이 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허락하는 돌봄의 단위를 넘어선 ‘난잡한 돌봄’의 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