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민가〉가 서사한시의 성과를 토대로 하여 이룬 문학예술적 성취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갑민가〉는 작가인 유민이 자신을 작품에 등장시켜 자신의 현실을 진술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으로 유민을 대변하고 있으며, 유민의 이야기를 사대부의 언어가 아닌 민중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둘째, 〈갑민가〉는 ‘갑산’의 지역 이미지와 주인공의 처지가 직유로 맺어지게 함으로써 유민의 이야기를 독자의 뇌리에 깊게 각인시키고 있다.
셋째, 〈갑민가〉는 유민을 만나는 독특한 지점을 설정하여 농민이 경험한 ‘갑산’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독자에게 깨달음을 주고 있다.
〈갑민가〉가 서사한시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면서 이와 같은 성취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무엇보다 조선후기에 들어 국문가사가 민족의 생활 속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갑민가〉의 작가가 계급을 초월하여 고난받는 민중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공감, 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