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963년 ‘번의파동’기 미국의 목표와 역할을 재검토하기 위해 버거 주한미대사가 추진한 과도정부 구상의 전개과정을 살펴보았다. 이 시기 버거의 목표는 ‘김종필 제거’로만 환원될 수 없는 측면이 강했다. 버거는 민주공화당 개편에 실패한 후 박정희, 윤보선, 허정을 묶어 군부의 지지를 모으는 정계 재편까지를 염두에 두었다. 또한, 3.16군정연장 선언 이후에는 버거가 한국군 전체가 군정연장을 원한다고 판단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완충장치로 과도정부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버거는 군과 민간 정치인들 간의 반목, 멜로이 유엔군사령관의 입장 변화 등을 예상하지 못했으며, 결과적으로 과도정부안은 이상적 해결책에 그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