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기〉는 극예술연구회가 공연한 〈소〉의 개작 희곡이다. 1935년 7월 제8회 정기 공연작이었던 〈소〉는 일제의 검열로 인해 공연이 무산되었다. 특히 〈소〉 검열 불통과 이후, 극예술연구회는 여러 예정작이 검열을 통과하지 못하고 공연이 무산되는 일을 반복적으로 경험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토막〉 이후 극예술연구회의 창작극 기조로 인정되던 ‘농촌극’ 공연이 위기에 처한다. 유치진은 이후 〈제사〉나 〈자매〉 등을 발표하면서, 〈소〉가 지닌 농촌극적 세계관을 우회했다. 그런데 극예술연구회는 1937년 2월 〈소〉를 〈풍년기〉로 개작하여 정기 공연작으로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일제 검열의 구미에 맞게 작품의 가감첨삭이 일어났고,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풍년기〉는 오점의 작품으로 낙인 찍히고 만다. 당시 정황을 고려할 때, 서항석이 유치진을 대신하여 각색 작업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조선 농촌 현실을 왜곡하는 시선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한국 연극 연구자들은 〈풍년기〉에 대한 고찰을 외면한 혐의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객관적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극예술연구회가 〈풍년기〉를 공연한 과정과 그 내용을 재구해야 한다는 필요에 따라 〈풍년기〉의 분석을 시행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