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예술연구회는 1936년 9월(29~30일) 〈춘향전〉을 공연하였다. 이 공연은 제12회 정기 공연으로 치러졌는데, 애초에는 창립 5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되어 공연작으로 〈햄릿〉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1936년 6월 회원들의 이탈을 경험한 후 극예술연구회는 급격하게 위기에 처했고, 급기야는 〈햄릿〉의 공연이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극예술연구회는 〈햄릿〉 공연의 무산에 대해 공식적인 이유를 들어 해명하지 않았지만, 이에 해당하는 대작을 선택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린 흔적은 확인된다. 그 결과 극예술연구회는 당시로서는 의외일 수밖에 없었던 〈춘향전〉 공연을 추진했고, 이 공연으로 인해 신극 진영의 선두주자로서 극예술연구회 입지는 크게 변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극예술연구회는 〈춘향전〉 공연을 통해, 대중극단이 상용 레퍼토리로 삼는 공연 패턴을 수용하였고, 이러한 기조를 배척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외에 공표한 셈이다. 〈춘향전〉 공연으로 극예술연구회는 관객을 얻고 흑자 경영의 가능성을 엿보았지만, 기존 대중극단과의 변별점 중 하나를 상실했으며 궁극적으로는 관객 친화적 극단 운영과 대중적 호응이 높은 작품 선택에 비중을두기 시작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 따라서 〈춘향전〉은 1936년 극예술연구회의 변화와 진로 변경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