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량사의」의 출현은 한국유학사에 내재한 세 가지 철학적 논점과 연관되어 있다. 논쟁사로서의 한국성리학의 특징을 드러내는 심성론의 이기론적 환원, 한국유학사에 누적된 주리·주기 이분법의 영향, 18세기 초엽의 인물성동이논쟁의 영향이다. 이에 기반한 「납량사의」의 특징은 먼저 두 가지로 구별할 수 있다. 하나는 심성론적 특징이다. 다른 하나는 이기론적 특징이다. 먼저 심성론적 측면에서 인물동성동이논쟁의 다양한 쟁점 가운데 인물성의 동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둘째 이기론적 논점은 이일분수의 재해석에 맞추어져 있다.
기정진은 「납량사의」의 핵심 논점을 이일분수론에 대한 이해의 문제로 집약한 다음, 한원진(韓元震)의 일원분수론(一原分殊論)과 이간(李柬)의 일원이체론(一原異體論)를 비판하고 극복함과 동시에 여기에 기초한 인물성논쟁을 해소하는 「납량사의」의 고유한 이함만수(理涵萬殊)와 이분원융(理分圓融)의 의미를 서술했다. 이러한 방식 자체는 율곡학파의 주리적 해석이라는 방향성을 갖는다.
동시대의 화서학파와 한주학파는 주리적 성리학과 심 개념을 근접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기정진은 리 중심적 경향을 확대함으로써 시대 변화에 대응하려는 점에서 이들과 공통적이지만, 「납량사의」는 조선 성리학계에 내재해 있었던 즉 심성론의 이기론적 환원이라는 국면에 치중하고 있다.
결국 「납량사의」는 세 가지로 그 특성을 묘사할 수 있다. 첫째 18세기의 인물성동이논쟁의 쟁점을 19세기 기호학파의 주리론적 경향성에 바탕을 두고 해결하려고 했다. 둘째 심성론의 이기론적 환원이라는 한국 성리학의 한 흐름을 계승하고 있다. 셋째 논의의 초점을 이일분수에 대한 해석을 매개로 해소하려는 성리학적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