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국어국문학과와 국어교육과 전공과목인 고전소설 강독 수업에서 판소리계 소설을 다룰 때 필요한 교재 제작 기준을 제시하고 그 활용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고전소설 역주본은 크게 일반 독자용 현대역본과 전문 연구자용 교주본으로 나뉘는데, 강독 수업의 경우 도입 단계에서는 일반 독자로서 작품을 접하기 시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전공생으로서 원전 해독 능력을 갖추게 하는 데 목적을 두므로 현대역본과 교주본을 단계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강독 수업이 추구하는 원전 해독의 본질이 공동체 단위의 낭독이라는 점과 함께 낭독의 목적이 작품에 대한 수용자의 정서적 반응 표현과 심화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해 두어야 한다. 다음으로, 원전 낭독이 아직 낯선 수강생들이 이미 익숙한 묵독 방식을 활용하여 낭독에 접근할 수 있도록 수업 과정을 위계화해야 한다. 처음 강독 수업을 시작할 때에는 묵독을 통한 내용 파악에 중점을 두어 쉽게 풀어쓰기 된 현대역본을 활용하되, 이후 점차 원전이 내포하고 있는 풍부한 청각적 요소들을 낭독을 통해 체험하도록 유도하며 원문이 보전된 교주본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판소리계 소설 강독 수업의 교재 위계화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때 묵독 단계에서부터 세부 정보 습득보다는 장면별로 인물의 정서와 분위기를 상상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묵독의 결과가 낭독 단계에서 장면의 정서적 의미에 맞게 음성을 조율하는 토대가 되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단계별 수업 목적을 교재 제작에 반영하여야 한다. 묵독 단계에서 활용하게 될 현대역 교재에는 다양한 이미지 자료를 수록하고 한시나 고사 인용 대목에 적절한 부가 정보를 제시함으로써 독자의 상상력과 정서적 반응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원문 낭독 단계에서 활용할 교주본 형태의 교재는 수강생이 직접 오디오 파일 형태로도 제작해 봄으로써 자신의 낭독을 성찰하고 상호 간 비평을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