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즈(Hobbes), 로크(Locke), 루소(Rousseau) 등을 통해 체계화된 사회계약이론(social contract theory)은 정부의 정당성의 근원에 국민의 동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근대 헌정주의(constitutionalism)의 기초를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이들이 정부의 정당성의 근원을 밝힘에 있어서 왜 ‘계약’이라는 법개념을 활용하였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즉, ‘계약’은 전통적으로 ‘사법’(private law) 분야의 핵심적인 법개념인데, 이러한 계약개념이 ‘공법’(public law) 분야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의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법사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면을 살펴보아야 하는데, 하나는 사법(私法)에서의 계약법의 발전역사이고, 다른 하나는 기독교의 언약사상(언약신학)이다.
우선 사법상 계약의 발전사를 보면 형식성 및 자연법과의 관련성이 강조되던 데에서부터 개인의 의사가 강조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온 것을 볼 수 있다. 홉즈, 로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1) 형식성 및 자연법과의 관련성이 강조되던 전통적인 계약법과 2) 개인의 의사가 강조되는 근대적인 계약법의 모습이 둘 다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선 이들은 사회계약의 효력을 논의하면서 순수하게 개인의 의사에만 의존하여 설명하고 있지는 않고, 그 내용의 자연법과의 부합성을 함께 보고 있는데 이는 전통적인 계약법의 모습을 일부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을 동시에 ‘개인간의 합의’를 사회계약의 효력의 핵심적인 요소로 보고 있는데, 이점에서는 근대적인 계약법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언약신학의 영향이 사회계약론자들에게서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언약신학은 구약성경에 있는 다양한 언약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데에서 나타났는데, 이는 베즈(Bèze), 후커(Hooker), 알투지우스(Althusius), 그로티우스(Grotius) 등을 통해 법사상으로 체계화되었고, 이것이 세속화되면서 사회계약론이 나타나게 되었다. 다만 홉즈, 로크에 비해서 루소에 있어서는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사법상 계약의 발전사와 언약신학의 맥락에서 사회계약론을 이해하는 것은 사회계약론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사회계약론의 현대적 의미를 새롭게 밝히는 데에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준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