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은 식민지시기 현대소설에 존재하는 아리랑의 존재양상을 살펴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가능한 아리랑이 삽입된 소설을 수집한 후 원문을 확인하여 ‘식민지시기 현대소설 속 아리랑 목록’을 작성·제시하였다.
아리랑은 향토민요에서 출발해 경복궁중건,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 상영 이후 여러 미디어와 결합하면서 그 존재방식이 다양화되었고, 일종의 문화현상처럼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었다. 아리랑은 식민지시기에 이미 ‘노래’로서의 특성을 초과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아리랑을 ‘노래(가사+선율)’의 측면에서만 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제 노래로서의 아리랑에 대해 논할 때에도 가창상황(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식민지시기 소설에 재현된 아리랑은 가창상황을 유추해줄 수 있는 자료로서의 위상을 갖는다. 대부분 가사+곡명, 가사+악보의 형태로 단순 기록된 식민지시기 아리랑에 대한 자료적 한계를 소설 속 아리랑을 통해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고는 아리랑이 서사의 완성도에 기여하는 측면에서 의도적으로 배치된 것으로 파악했다. 소설의 등장인물이 설정된 상황에서 아리랑을 언급하거나 부르는 장면은 ‘소리판’의 소설적 재현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소설에 배치된 아리랑의 특성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서사적 맥락을 주도 혹은 종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아리랑을 배치, 둘째 ‘최루성(催淚性)’과 ‘이그조티시즘’의 이중비판 장치, 셋째 성적 욕망의 환유로 아리랑을 배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