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한국의 트랜스젠더 배제 페미니즘(TERF)의 입장을 지지하는 여성들의 입장 형성, 유지, 변화 과정에서 페미니즘 앎(knowing)이 어떻게 중단되고 지속되는지의 조건에 대해 밝혔다. 연구참여자들은 그들의 주요 페미니즘 활동 공간인 디지털 공간에서 빠르고 효과적으로 페미니즘 논쟁에 대응하기 위해 간명한 논리를 제공하는 단일한 입장을 지지하고 있었다. 또한 성차별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있는 공식적 제도가 부재한 상황은 여성들 간 위치의 차이를 만드는 구조를 논의할 기회 자체를 제약하고 있었다. ‘완벽한 페미니스트’ 규준은 페미니즘 활동에 대한 피로를 증가시키기도 했다. 한편, 신뢰할 수 있는 관계에서 여성들은 내심의 솔직한 고민들을 공유하며 자신과는 다른 상황에 있는 이들을 이해하게 되기도 했다. 이상의 논의는 그간 디지털 공간에서만 주로 주목되어 왔던 TERF 입장을 지지하는 여성들의 경험을 탐구하고, 그러한 경험들 이 페미니즘 앎에 미치는 영향을 포착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본 연구에서는 이들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입장을 고수하는 이들이 아니며, 입장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도 끝없는 모순과 혼란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자 했다. 하나의 ‘생물학적 여성’의 억압을 주장하며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알지 않으려 하는 것이 문제라면, 이들이 왜 그 주장을 지지하게 되는지도 살펴보아야 개입의 지점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주장 자체를 비판하기에 앞서 여성들이 처한 상황과 앎의 과정을 유예 혹은 중단시키는 요인들을 밝히고 그것을 바꾸어 나갈 것이 요청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