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너리 오코너에 대한 연구는 대체로 폭력이 인물들을 종교적 구원으로 이끄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서로 모순되는 두 주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그로테스크한 인물들과 다양한 폭력 표상이 가지는 윤리적 의미에 초점을 두고 오코너의 작품에 접근한다. 『현명한 피』의 고찰에서는 상품의 경제와 신성한 질서가 대립하는 과정에서 윤리적 각성의 가능성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질 것이다.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에서는, 일가족 학살 사건을 통해 폭력과 신앙이 타자에 대한 책임으로 수렴되어가는 과정이 분석될 것이다. 「계시」를 분석하는데 있어서 중점은, 이 작품이 구약성서의 인물 욥(Job)의 고난을 현대 세계로 끌어와 미국 남부에서 기독교가 가지는 사회적 함의를 탐구하는 과정에 두어질 것이다. 세 작품에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폭력 표상은 자본주의, 과학, 그리고 응보주의 등 현대의 보편적인 가치체계를 반성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오코너의 폭력은 현대의 가치체계에 지배되는 인물과 독자에게 충격을 주면서 윤리적 경험에 개방시킨다. 오코너의 작품은 폭력과 종교를 윤리로 수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