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20세기 후반 한국 해저케이블을 중심으로 기술과 사회, 그리고 자연의 이종적 행위자 네트워크를 탐구한다. 해저케이블과 20세기 후반 한국사회의 행위자 네트워크는 독특한 물질-사회적 생태계를 공형(configuration)했다. 한편으로, 해저케이블이라는 비인간 행위자는 당시 한국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행위자와 네트워크를 이뤘다. 체신부, 한국통신과 한국 해저통신 등은 해저케이블 기술 의사회 내 안정화를 위한 동맹(alliance)을 맺었으며, 소수의 힘 있는 행위자 간의 동맹은 해저케이블의 다층적인 네트워크를 다수의 이용자로부터 비가시화 하는데 기여했다. 다른 한편으로, 해저케이블은 인간과 비인간,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그리고 사회적인 것 사이의 관계를 생산하고 매개했다. 광역 네트워크 차원에서 해저케이블은 자연적인 것(전기, 빛)을 인공적인 것(통신시스템)으로 변환시켰으며, 국지적 네트워크 차원에서는 바다라는 자연 인프라를 사이에 두고 해양생물 및 인근 지역사회와 긴장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20세기 한국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해저케이블은 장거리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안정적이고 견고한 미디어 인프라인 동시에 다양한 행위자의 동맹과 긴장관계를 포함하는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기술-사회-자연의 네트워크로 작동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