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메모리 시대에는 간접적으로 트라우마적 사건에 매개된 경험을 구성하는 문화적 재현물이 중요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소설, 영화 등 문화콘텐츠의 생산과 연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문화적 기억을 만들어가려는 경향을 대변한다. 본고는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만화 텍스트를 중심으로 이미지 구성과 스토리텔링 방식을 분석함으로써 지금 쓰여지고 있는 문화적 기억을 탈구축하려 시도했다. 2014년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 참여작 중 상당수는 성애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를 중심으로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폭력성을 입증하고자 하였다. 카툰과 단편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한 전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화한다는 의의가 있으나,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에 대한 비판적 고민이 부재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사유가 부족했던 탓이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대신 태아(아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방식의 스토리텔링으로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다성적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살필 수 있는 텍스트도 있었다. 김금숙의 『풀』은 듣기의 공동체를 통해 증언을 해석하는 방식을 제시하였다. 증언의 맥락을 독해하고 질문함으로써 들을 준비가 된 청자를 통해 다성적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일본군 ‘위안부’ 만화는 증언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서사성을 강화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