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야담의 근대적 전환의 한 사례로 홍명희의 〈임꺽정〉이 전대 야담을 수용한 양상과 그 의미를 밝힌 것이다. 홍명희는 임꺽정을 비롯한 등장인물과 그들이 벌이는 사건을 사료와 함께 야사, 야담 자료를 주된 재료로 하여 작품을 창작하였는데, 본고에서는 이중 야담에 주목하여 수용의 양상을 몇 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전반적으로 야담을 〈임꺽정〉의 서사 전개에 맞게 ‘다시 쓰기’ 하는 과정에서, 전대 야담의 인물과 사건을 그대로 수용 및 재배치하는 경우,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야담을 결합, 변용하여 인물을 창조하는 경우, 나름의 의도에 따라 인물의 행동과 사건을 확장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렇게 수용된 야담은 인물 형상화, 사건 진행, 역사적 배경의 전달 등 서사의 제 요소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는 홍명희라는 작가를 경유한 야담의 근대적 운동과 확장의 구체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야담은 조선 정조에 일관된, 순 조선 작품을 쓰고자 했던 홍명희에 의해 선택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전통 시기 야담의 재현이나 회고적 정취를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 홍명희는 신분제의 폐해 비판과 같은 당대의 문제의식을 담아내기 위해 전대 야담에 변화를 주거나, 연애담의 확장·선정적인 장면 묘사의 부연 등을 통해 통속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즉 〈임꺽정〉은 전대 야담의 수용 과정에서 근대적 사유와 당대 독자의 기대 지평을 담아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