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인류는 자연 속에 있는 나뭇가지부터 다양한 형태의 돌조각 등을 이용하여 동굴이나 벽 등에 그림을 그리거나 기록하는 행위를 했다. 이후 돌을 날카로운 형태로 만들거나, 나뭇가지를 길고 뾰족하게 만드는 등의 단순 자연 도구들의 개량을 통하여 이전보다 쉽게 기록을 할 수 있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후 역사적으로 붓을 제작할 때 인류는 많은 종류의 동물 털을 사용해 왔다. 붓이 가장 먼저 만들어진 중국의 경우에는 토끼털(兎毫)을 시작으로, 이후 염소털(羊毛), 족제비털(黃毛), 사슴털(鹿毛), 너구리털(狸毛), 돼지털(豬毛), 말털(馬毛), 쥐수염(鼠須), 닭털(鷄毛) 등 다양한 종류의 동물 털을 사용해서 붓이 제작되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경우에도 유사하며 비슷한 재료를 사용하여 붓을 만들었다.
주로 사용하는 염소털, 족제비 꼬리털, 토끼털의 경우는 더욱 품질이 세분화하기도 하였다. 붓의 주재료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염소털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 털 끝부분인 ‘봉영(锋颖)’, ‘모영(毛潁)’ 부분이다. 이 부분이 손상(損傷)되지 않도록 하여 붓을 제작하여야 하며, 재료를 구분할 때 이 부분이 살아 있는 털이 우수한 재료로 구분된다. 또 붓끝의 길이와 털의 굵기에 따라 ‘장봉(长锋)’과‘ 단봉(短锋)’, ‘후봉(厚锋)’과 ‘수봉(瘦锋)’으로 품질을 구분하기도 했으며, 이러한 재료의 구분은 우수한 붓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며, 필장(筆匠)들의 경험에 의해 나눠진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족제비 꼬리털(黃毛)은 중국의 경우 지역별로 ‘동북원미(东北元尾)’, ‘경동미(京东尾)’, ‘복지미(腹地尾)’, ‘장강미(长江尾)’로 구분했고, 채집하는 시기별로 정동(正冬), 조동(早冬) 눈 온 뒤, 만추(晚秋) 서리 온 뒤, 중추(中秋), 초추(初秋), 봄, 여름으로 구분하여 재료의 품질을 나누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털의 채집 시기는 입동시기부터 입춘시기까지의 겨울철 털이 좋다고 평가되며, 지역적으로는 추운 지방에 사는 동물의 털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품질로 구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겨울철 추운 지방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따뜻한 지역에 사는 동물들의 털보다 단단하고 탄력이 좋은 털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재료 구분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모두 유사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구분하는 털의 이름 또한 유사한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영향도 있긴 하지만 우수한 품질의 재료를 얻기 위한 연구의 결과물도 비슷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후 한ㆍ중ㆍ일 각국은 각각의 특징을 유지하며 각국에 적합한 형태로 발전되어 전승이 이루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각국의 국가 정치 체제와 정책의 변화는 붓 제작 문화에도 영향을 주며,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에 붓 제작 환경과 재료도 끊임없이 변화하게 되었다. 과거의 붓 재료 연구를 시작으로 하여 앞으로도 붓의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 시대의 기술과 과학을 활용하여 붓의 재료와 품질에 대한 연구가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