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부터 시작된 북유럽 범죄소설의 인기는 2000년대 들어 세계적 현상이 되었다. 비현실적으로 뛰어난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과 달리 인물 중심 구조에 사회비판적 성격을 띤 북유럽 범죄소설은 ‘노르딕 누아르’라는 별칭으로 분류되었다. 이 글은 노르딕 누아르의 기원과 특징을 살피고, 현실 반영에 충실한 노르딕 누아르 속 여성 인물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노르딕 누아르의 시초로 불리는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의 『로재나』를 포함해, 매년 북유럽 범죄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 수여하는 유리열쇠상 수상작 중 1993년부터 2020년까지 수상작 중에 한국어로 출판된 모든 작품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수상 작가의 성별, 각 작품의 화자/ 가해자/피해자의 수와 성비를 집계하고 벡델 테스트를 적용했다. 등장인물의 성비와 역할이 어떻게 변하는지 통계를 활용해 확인하였으며, 마인드맵으로 각 작품의 인물 관계도를 그렸다. 역할 변화에 이정표가 되는 주요 인물의 경우 묘사를 따로 분석해 정성적 측면을 보강했다.
초창기 주로 피해자로만 그려지던 여성의 역할이 최근 들어 다양해지고 주도적인 인물, 남성으로 바꿔도 어색하지 않은 성중립적 인물이 늘었다. 2000년대 들어 피해자에 어린이, 청소년, 성소수자,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가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성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와 모두 아는 사이였던 것과 달리 여성 피해자는 가해자와 일면식도 없거나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친 후 범죄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북유럽 사회 곳곳에 여성 진출이 늘고 평등이 확장된 지난 30여 년간 노르딕 누아르 속 여성 인물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수동적 존재(주로 피해자)에서 적극적인 주체(가해자, 해결자)로의 변화뿐 아니라 늘어난 여성의 직업군, 가정과 조직 내의 역할과 문제해결 방식 등 사회상을 충실히 반영하는 노르딕 누아르 속 여성의 역할도 북유럽 사회와 함께 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