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루스 오제키(Ruth Ozeki)의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A Tale for the Time Being)에 나타난 시간 존재와 포스트휴먼 주체성의 상호관계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이 소설은 서로 전혀 다른 시공간 속에 있는 두 시간 존재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 사고로 인한 재난, 2차 세계 대전의 기억, 괴롭힘과 생태 파괴의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 발생하는 다양한 포스트휴먼의 곤경을 다룬다. 본 연구는 이 소설이 존재 간의 연결과 타자와의 관계를 존재의 조건으로 제시하며 시공을 초월하는 상호관계를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서사(일기)를 통해서 이야기하면서, 서술 과정을 통해 회복되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의미 생성 과정뿐만 아니라 생태 환경에 관한 변화된 인식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음을 제시한다. 첫째로, 이 소설이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전 사고로 인한 생태적 재난과 역사적 트라우마를 어떻게 묘사하는지, 생태 위기의 방치와 전쟁 트라우마를 브라이도티(RosiBraidotti)의 포스트휴먼 주체성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오제키가 시간 존재 간의 복잡한 연관성을 표현하는 서술 방식을 고찰할 것이다. 특히 나오(Nao)의 일기가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루스(Ruth)에게 전달되면서 발생하는 포스트휴먼 주체의 본질적 특성인 상호관계성을 면밀히 읽어보고자 한다. 두 번째로, 작가 나오와, 그녀 일기의 독자인 루스 그리고 그 둘이 만들어가는 서사의 독자인 우리 독자들 사이의 관계를 해명하고 시간 존재와 포스트휴먼 주체성의 복합적인 관계를 더 자세히 논의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이 내포한 선불교적 사고, 글쓰기와 읽기의 의미와 가치의 생성(또는 창조) 과정을 보여주고, 시간 존재가 함축하고 있는 생명을 지닌 하나의 종(species)으로서 지구 행성을 타자와 공유하고 있다는 인식을 끌어내고자 한다. 인간을 포함한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고치고, 덧붙이는 포스트휴먼 시간 존재는 서로 연결되고, 포스트휴먼 서사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연속성과 존재의 가치와 본성을 깊이 성찰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