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 개발을 둘러싼 담론에서는 개발과 관련하여 주민의 권리 및 자격, 참여 등 ‘주민됨’의 문제가 복잡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연구는 제주도 마을의 현장 연구를 통해, 지역의 개발과 주민됨의 의미를 탐구하고, 마을이라는 장소, 그리고 공동체를 둘러싼 성원권의 젠더정치가 ‘마을 발전’ 담론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드러내고자 했다. 연구 현장인 ‘벵듸’마을에서 지역 개발과 발전의 의미 구성에는 마을에 기반한 삶의 맥락과 밀접하게 관련되었다. 개발이 마을과 무관한, 마을의 것이 아닌 사회경제적 과정으로 이해되었다면, 발전은 마을의 사회적 재생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같은 맥락에서 추진된 마을 발전 프로젝트는 주민들의 젠더화된 참여를 바탕으로 진행되었고, 마을의 남성과 여성에게 발전과 관련한 서로 다른 경험을 가져다 주었다. 이는 개발과 발전, 혹은 보존이 규범적으로 전제하는 ‘지역 주민’이 이해관계가 단일한 동질적 집단이 아니라, 젠더화된 성원으로 이뤄진 복잡한 공동체라는 점에 주목하게 한다. 이 글은 지역의 개발과 발전에 대한 페미니스트 포스트-발전주의적 접근을 통해 지역의 개발과 발전 담론이 재편하는 권력 관계가 젠더정치에 기반하고 있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