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은 수직감과 수평감이 영화 전체를 양분하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영화의 전반부에는 구소산과 칠곡동에서 일어난 두 개의 살인 사건이 서사의 축을 형성하고 있고, 높이에서 생성되는 추락감이 작품 전반에 산포되어 있다. 이러한 높이와 추락감은 피의자와 형사로 만난 두 남녀의 운명을 암시하듯, 두 사람의 곁을 맴돌고 있다. 반면 영화의 후반부에는 이포의 바다로 상징되는 수평감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수평감은 피의자인 서래와 형사인 해준 사이에서 이미 나타난 바 있었다. 이때 수평감은 수직의 추락감을 억누르면서 두 사람의 내면 풍경을 암시한다. 하지만 그들은 헤어져야만 했고, 시간이 흘러 수평으로 펼쳐진 바다에서 재회해야 했다. 그때 산의 높이감이 다시 바다의 수평감을 침해하면, 서래가 들어가 숨을 수 있는 구덩이가 생성될 수 있다. 이때 그녀가 경험했던 추락에의 공포와 수평에의 갈구라는 본연적 정황을 대입하면, 이 작품에서 서래가 느꼈을 마음의 무늬를 도출할 수 있다. 결국 〈헤어질 결심〉은 생성된 화면의 높이와 그 높이를 무화하고자 했던 인물들의 욕망을 보여 주는 영화가 되고, 동시에 그 욕망이 붕괴되는 순간 찾아오는 또 하나의 추락(매몰)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표현하고자 한 영화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