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 개념은 한국 사상의 연원과 관련이 깊다. 근현대 사상사에서 ‘화랑’은 ‘풍류’와 ‘단군’ 담론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회자되었던 것이다. 특히 식민 시기부터 화랑 담론은 군사적 측면이 강조되었고, 광복 이후에는 국가주의의 이념과 도구로 활용되었다. 본고는 근현대 ‘화랑’담론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화랑의 원형적 모습을 재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화랑의 정신을 이성(理性)⋅영성(靈性)⋅감성(感性)으로 범주화하였다. 이성은 화랑의 도의(道義)정신이며, 영성은 화랑들의 제의적 역할 및 종교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감성은 화랑들이 함께 즐거워하며 펼치는 예술 활동이다. 이 가운데 감성과 영성을 중심으로 화랑 문화를 논의하였다.
화랑의 순례에서 악(樂)⋅가(歌)⋅무(舞)의 활동은 놀이가 아니라 신비로운 힘 즉 영성과의 소통을 의미한다. 영성은 제의 속 예술로 표현되고, 예술을 통해 화랑의 감성이 내재화된다. 이처럼 영성과 감성에는 화랑의 원형적 모습이 반영되어있다. 본고에서는 화랑이 창작한 향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화랑의 영성은 주술적이며 기원의 내용이 담긴 향가를 통해 살펴보았고, 감성은 죽음을 소재로 한 향가를 중심으로 하였다. 죽음은 인간의 원초적이며 근원적인 두려움과 슬픔의 소재이다. 이 슬픔을 삭이고, 묵혀서 승화된 향가에는 화랑이 인간으로서 느끼는 한계와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이처럼 작품에 나타난 화랑의 영성과 감성에는 신라인의 삶과 사유가 나타나있다. 나아가 그들의 영성과 감성은 분리되기도 하고 하나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감성과 영성이 어울린 지점에서 화랑의 원형적 모습을 탐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