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에 접어들어 한일관계는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70주년을 앞두고 정권 출범 이후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최대 현안인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을 모색해왔다. 그리고 민관협의회와 소통 창구를 거쳐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획기적’이라는 호응에 이어 한일 양국은 3월 정상회담을 통해 갈등 국면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워싱턴 선언 발표에 맞춘 일본 측의 환영 의사 표명은 한미일 공조 체제 복원의 신호탄이 되었다. 5월에 재차 열린 한일 정상회담과 G7 히로시마 정상회의를 거치며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한 전향적 발언,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 추모 등으로 한일관계는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이 정상화 이전, 문재인 정권기 역사/경제/안보의 연쇄적 복합위기로 단절된 한일관계에 주목하며 양국의 갈등 구조를 해명하려는 학문적 시도가 있었다. 이 연구들은 특히 한일 상호 국력의 변화에 착안하여 서로의 국력이 대등해짐에 따라 이전과 다른 갈등 국면이 연출된다고 파악했다. 이러한 관점은 한일 역전론과 한일 대등론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한일 역전론의 경우 한국이 앞으로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과감한 예측까지 내놓으며, 한국인들에게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일본인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을 느끼게 한다. 예측은 둘째로 치더라도 이러한 분석의 관점이 한일관계의 갈등 구조에 대한 새로운 단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등 구조의 핵심은 역사문제에 있다. 그리고 이 역사문제가 1988년 노태우 정권기부터 시작되는 ‘과거직시/미래지향’이라는 새로운 한일관계 구상에서 외교적 해결을 보지 못한 채 양국의 불안 요소로 존재하고 있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기 한일관계의 ‘과거직시/미래지향’이라는 구상에서 역사문제가 어떻게 외교적 미해결로 남았는지에 대해 시론적으로 고찰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