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관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하고 그 대안으로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를 제안함에 권리남용의 금지를 그 이론적 근거로 적극 활용하였다.
그런데, 권리남용의 금지의 접근법, 즉 사용자의 취업규칙 작성・변경권과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권 중 어느 하나를 우선하고 그 권리행사의 남용만을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근로조건의 대등결정이라는 본래의 입법취지를 실현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개별 사안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권리의 남용 여부는 엄격하게 심사하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면 일방적・대립적 구조의 권리남용금지 법리보다는, 권리행사와 의무이행에 있어 그 행위나 절차에 관계된 모든 당사자가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행동할 것을 요청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이 지도 원리로서 작용되어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구체화한 법리인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하고 그 대안으로 동의권 남용 법리를 제시하여 권리남용 금지에 의존하도록 한 다수의견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신의성실의 원칙이 민법 등 실체법의 원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절차법에서도 기본원칙으로 받아들여진 점, 신의칙은 헌법적 가치의 진입통로로서 현실의 변화와 입법적 해결 사이의 시간적 간격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는 점에 주목하여 근본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볼 필요가 있다.
즉 사용자와 근로자 측이 각각 가지고 있는 권리나 권한의 우열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즉 법규범적 효력을 갖는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의 ‘절차’나 전 과정에서 모든 이해관계인이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행동할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에 따라 신의칙을 기초로 형성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 및 그 판단기준을 일본노동계약법의 경우와 같이 법규정에 명문화하여 입법적 해결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